2번역량 날려고 날으려고 이름하였네 바람이라고’-김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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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고 날으려고 이름하였네 바람이라고’
신역량 2. 코칭 마인드 셋을 구현한다.
Definition: Develops and maintains a mindset that is open, curious, flexible and client-centered.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유연하고 고객 중심적인 사고방식(마인드셋)을 개발하고 유지한다. 2-5. 고객의 유익을 위해 자신의 인식과 직관을 활용한다. Uses awareness of self and one’s intuition to benefit clients.
기다리던 문학지가 출간되었다며 반가운 목소리, 소식을 전한다. 겨울답던 하루 일정을 갈무리하며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문학지를 들고 시간 재고 있을 문학회원인 선배 집을 찾아 잰 걸음 총총거린다.
글쓴이는 세 번 기쁘다. 일단, 산고의 고통을 겪고 소담하게 자리 잡은 글 한 편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그 글이 책, 신문, 잡지, SNS라는 예쁜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을 때 심장이 뛴다. 더욱이 누군가 읽은 다음, 독자로서 진솔하게 느낌을 공감해줄 때 감동이 파도친다. 어쩌면 나도 몸에 배인 좋은 경험을 구하러 나선 것이리라.
요즘, 주 5일 근무 중, 전 직원이 주 2회 월, 목 PCR 검사, 주 3회 화, 수, 금 응급키트 검사, 보건소 보고 등, 나름 철저한 감염 안전을 위한 절차에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일 늘어나는 확진자 소식에 안타까울 뿐인데, 오랜 선배와의 코칭약속으로 답답하고 긴장된 마음에 때 이른 봄바람이 살랑살랑 스미어든다.
아파트 1층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전화로 확인하는 순간, 쏜살같이 내달은 옛 시골집 돌담길 섶에 배인 넉넉한 마음이 날아와 순간 초조를 달랜다.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발바닥의 묵직한 촉감을 의식하며 깊고 긴 호흡으로 하룻 동안의 분주했던 번다함을 비워낸다. 약속된 지속 고객인 선배와의 진정한 만남을 위해 내 마음을 텅 비우는 작업이다.
여늬 때 처럼, 마음 넉넉한 4년 터울 선배는 손수 만든 호박 식혜를 건네며 맛 품평을 바란다. 선배의 시 한 편을 소리 내서 읽고 곱씹으며 차오르는 뭉클한 마음을 달달한 호박 식혜 맛에 버무린다. 시인으로서 필명이 훨훨 날으고 싶은 ‘바람’이라며 고백하더니 묵혀둔 이야기 넝쿨 째 쏟아진다.
‘날려고 날으려고 이름하였네 바람이라고’ ‘두어 말 눈물을 쏟으면 시원할까?’ ‘훨훨 날려버릴 준비쯤은 항시 했어야 하거늘, 너처럼’
눈길이 머무는 시어들을 내가 몇 번이고 되뇌이면 남김없이 풀어내는 이야기들...... 지나온 선배의 삶의 궤적에 숨어있었던 눈물과 웃음을 소리없이 호출한다.
[~해야 한다], [~하면 안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로부터 내사되어 평생을 그러려니 믿고 살아왔던 그녀의 신념이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3년여 되어가면서 그녀는 ‘바람을 잡고’라는 시제로 말문을 텄다. 얼마나 자유롭고 싶었을까? 살며시 제목에서 그 부피를 가늠해본다. 온전히 집중하는 나의 관심에 선배의 숨바꼭질하던 마음이 마당을 지나 고샅길을 걸어나와 자유로운 바람처럼 흩날린다.
“내가 말이 많아졌네. 원 세상에 이런 이야기를 다 하다니. 들어주니 신났구먼.” 코치와 고객임을 떠나서 자신과 사이를 둔 한 존재로서, 온전히 지금-여기에 집중하는 나를 바라보는 선배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선배의 마음을 따라가며 거울처럼 비추며 맞추어가는 나 또한, 내 안의 나를 만난다.
“바람 선배, 1년 후,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면서 한마디 한다면 무어라고 할까요?”
“1년 후라~, 행복했어요. 자유로웠고요. 바람처럼~” 방글방글 웃으며 대답하는 선배는 순진무구한 6살, 자유로운 우리 손주 같다.
원고지와 논밭과 노인대학 한글 교실에서 3년째 [홀로 사는 삶]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선배는 온전히 그녀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살아내고 있었다.
선배의 두 번째 시 ‘민들레’에서 눈길을 끄는 ‘천년쯤 묵은 토방 한 켠’, ‘세월 물어 피고 지고’, ‘꽃피는 세상을 희망하였겠다’, ‘청춘 살라서 세월 위에 얹고’, ‘민들레 씨앗으로 날아가는 것을’ 등, 미소짓는 시어들 사이 사이로, 던지는 질문과 공감, 침묵으로, 선배는 논고랑 밭고랑 거닐다가 행간에 숨어있었던 민들레 풀씨들을 찾아냈다. 채곡채곡 쌓여있던 사연들을 바람처럼 흩날리다 보니 많이 가벼워졌을까? 선배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홀가분함, 그렇다. 비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족들과 오랜 세월, 깊게 골이 배인 섭섭함, 억울함의 고랑 속에 묻힌 소중한 보석들을 찾아낸 선배는 마음이 넉넉해졌다. 주거니 받거니 쏟아지는 보석들을 이야기 보따리에 주어담다 보니 당초 60분 여유시간 계획이 허물어진 지 한참 뒤였다. ‘으앗~’ 예정된 정기적인 줌 수업 시간이 벌써 끝나가고 있었다.
따뜻한 밥 한 술에 김장김치, 메밀전병 휘감으며 맛깔스럽게 먹는 시범을 보이는 선배의 재치도 한 몫, 훌쩍 두 시간이 지났다. 현관까지 배웅하며 다음 번에는 나의 작품 이야기를 나누자며 미안함, 고마움이 장착된 선배의 얼굴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집에 도착하여 문학지를 펼치니 나의 졸고가 눈길을 잡아끈다. 디카시 [노을]을 눈으로, 마음으로, 그리고 입으로 읽어본다.
[눈 속에 마음속에/ 손안에 익어/ 뜨거운 너의 외침// 먼 길 떠나려니 들려/ 추억 따라 발길 돌린다.] 싯적 배경이 된 옛적 시공간을 소환하니 떠오르는 사람과 훈훈한 감동이 온몸으로 휘감아 돌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더불어, [바람] 선배와의 코칭적 대화를 리콜하자 답답함과 긴장이 풀린 몸맘이 서로 쓰담 쓰담 위로한다.
성찰질문1. 고객의 마음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어떤 기제가 도움이 되었는가?
성찰질문2. 고객의 말을 듣고, 알아차리고, 미러링할 준비는 잘 되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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