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역량 긍정, 부정 가르지 않고 듣기-최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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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선, 역량 6. 적극적으로 경청한다.
정의: 고객의 시스템 맥락에서 고객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객이 마음껏 자기표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기 위해 고객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A: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볼래요?
B:(입을 꽉 다물고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뭘 말해요?
A:가장 좋았던 기억이요
B:(인상을 쓴 채 가만히 있다.)
A:기억해 봐요(B의 대답을 기다리며 한참을 생각하다) 아이들이 태어난 순간? 결혼식?
B:(퉁명스럽게)글쎄요
A:잘 생각해봐요
B:(귀찮다는 듯)기억 안 나요.
A:기억이 안 나요? 하기 싫은 것은 아니고요?
B:(퉁명스러운 말투로)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가족 얘길 왜 해야 하죠? 당신이 알아서 뭐하게. 이래봤자 아무 도움 안 돼요.
A:도움이 되니까 만나는 거예요. 물론 사적인 얘기를 털어놓기는 쉽지 않겠죠. 역할을 한번 바꿔보죠. 예를 들어 따님이 당신을 찾아와서 불면증을 호소한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B:병원에 가봐라
A:그리고 또?
B:글쎄요
A:뭔가 물어본다면?
B:‘밥은 잘 먹니?’ 그런 거겠죠.
A:좋아요. 또 없을까요?
B:‘두어 달 잘 자기만 하면 다 해결될 거다.’
A:뭐가 해결돼요?
B:(A를 처음으로 바라보며 짜증 섞인 표정과 목소리로)불면증이요.
A:좋아요. 10점을 최고로 치고 현재의 행복 점수를 매긴다면?
B:(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1점
A:1점. 행복해질 여지가 많네요.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의 한 장면이다. A는 상담사이고 B는 불면증을 앓고 있는 중년여성이다. 수면제를 더 처방해달라는 B에게 의사는 상담을 권했다. 상담받는 내내 B는 입꼬리가 아래로 축 처질 정도로 입을 꾹 다문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상담사 A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다.
이 장면에서 특히 나의 눈길을 끈 대목은 행복 점수를 얘기하는 B에게 A가 말한 ‘행복해질 여지가 많네요.’ 였다. 상담받는 내내 B는 인상을 잔뜩 쓴 채 A의 질문에 한참을 뜸 들이다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공격적으로 대답을 이어갔었다. 그러다 행복지수를 묻는 말에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1점’이라고 바로 대답을 했다. A의 말처럼 행복해질 여지가 많다고 여기기에 B는 너무나 불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대사는 초보 코치였던 때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코칭은 고객의 에너지를 올려주어 충만하게 하는 것이라는 데 매료되어 있었다. 고객이 상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할 때, 거기에 머물러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게 하려고 했다.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고 고객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긍정언어, 긍정적인 관점만 사용하려고 했었다. 고객의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 모두를 배제하지 않고 온전히 수용해 주는 것이 진정한 긍정성인 것을 한 참 뒤에 알았다. 고객은 코치인 나로부터 수용 받고 지지받고 있다고 느꼈을까?
경청은 고객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을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고객의 배경상황(client system), 고객의 관점과 해석방식, 패턴까지 듣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들은 것을 잘 이해했음을 언어와 몸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반응하고, 고객을 공감, 수용, 지지한다는 정서적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다.(코칭핵심역량, 2022) 경청은 고객의 전부를 듣고 반응해 줘야 하는 것이다. 긍정, 부정 편 가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경청은 고객으로 하여금 온전한 수용을 경험하게 하고 자기 존재를 더 크고 단단하게 인식하게 한다.
그런데 이 좋은 경청이 안 될 때가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코치가 자기 경험, 사고 등에 근거한 나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고객의 말을 들을 때다. 그렇게 되면 고객의 욕구, 에너지 수준이 아니라 코치의 기준, 신념에 의한 코칭이 이뤄지게 되며 고객은 코칭에서 소외 또는 배제된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상담사 A는 병원에서 인정받는 상담사이며, 가정적이고 대화가 잘 통하는 지질학자인 남편과 잘 자라준 아들이 있다. 주말이면 남편과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고, 남편이 차려준 식사를 하면서 평화로운 저녁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은 A를 좋아하고 따른다. 행복지수를 쉽게 올릴 수 있을 정도로 A의 삶은 평화롭고 안정감이 있다. A는 B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았네.’ 라는... 그러나 A는 상담 내내 보였던 B의 표정과 거부의 에너지, 그리고 A에게는 가능성인 1에서 10의 간극이 B에게는 막막함일 수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한 듯하다. A는 자기 경험에 근거한 가능성이 아니라 1점이라고 말하는 B의 내면과 관점에서 바라봐줬어야 한다.
게슈탈트심리치료에서는 내담자가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하면서 보이는 내담자의 태도, 표정, 몸짓, 감정 등 ‘지금-여기의 모습’을 다룬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현재의 ‘나’가 하는 것이므로 지금-여기의 ‘나’에게 집중함으로서 현재를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코칭 공간에서도 같다. 코치는 고객에 지금-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코치는 자신의 경험, 신념, 가치, 사고에 근거한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눈앞의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코치로만 집중하여 지금-여기를 실현해야 한다.
영화에서 상담사 A가 행복한 삶을 사는 ‘나’가 아닌 지금 현재 만나고 있는 B의 상담사로서 ‘지금-여기’를 실현했다면 어땠을까? 예전의 내가 고객의 긍정성만을 올리려고 하는 나의 의도를 내려놓고 내 앞의 고객을 위한 코치로만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초보 코치 일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코칭 공간에서 지금-여기에 존재하지 못하고 이탈하려는 나와 소리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게슈탈트심리학에서 자신의 중요한 욕구나 감정을 자각하여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을 ‘게슈탈트를 형성’한다고 한다. 나에게 영화는 게슈탈트를 형성하게 하는 흥미로운 자극제이다.
#성찰질문
1. 코칭공간에서 코치로서 ‘지금-여기’에 존재하기 위해 평소에 어떤 성찰활동을 하시나요?
2. 코치님이 알아차리고 성찰할 수 있도록 자극시키는 매개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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